재밌는 인생

십대 때 일기 읽기

킴쥼 2020. 7. 29. 00:41

밤 새고, 여기저기 연락하고, 부슬비 속 산책하면서 고영 보고, 아이유 대화의 희열 본 거 다 썼는데 날렸당.ㅎㅎ 귀찮으니까 다시 안 쓸 거임.

아이유가 일기 얘기 해서 내 일기가 떠올랐고 오랜만에 중고등학교 때 썼던 걸 쭉 봤다. 기억 그대로이기도 하고 또 새롭기도 하다. 자기혐오(대체로 공부에 대한 것)와 덕질이 가장 주를 이룬다. 중학교 때의 나를 보면서는 눈물이 났다. 일기엔 사춘기여서, 철이 없어서라고 적혀있지만 종종 혼자 울었고 매일 나를 다그쳤고 스트레스가 많았고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우울을 쌓아온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볼 기회도 없이 그냥 무슨 숙명처럼 공부를 했고 당연히 자주 동력이 없었다. 넘버원은 대학 입시 논술시험 갈 때마다 멍때리고 나온 거. 진짜 웃긴다. 수능 이후라 결시도 많아서 가능성 높았을텐데. 아쉽다.

일기장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썼으니까 부정적인 것들만 남아있는 걸 수도 있다. 한편으론 하도 다그치니까 어쩌면 난 잘해왔는데 기대가 너무 높았던 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께 죄송하단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양육자 탓 하지 말자. 또 같은 얘기 지겨우니까. 그리고 난 정말 애 안 낳을 거임..

중요한 건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것..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상담 이후 스스로를 다그치는 습관은 줄었으나 여전히 동력원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과.. 그런 내 모습이 여전히 답답하다는.. 돈도 엄청 잘 벌고 뭐든지 잘 하는 사람도 되고 싶고, 소소하게 벌어서 아껴서 생활하면서 혼자 소박한 취미 즐기며 살고 싶기도 하다. 그럼 돈은 적당히 벌고 뭐든지 잘하고 아껴서 소박한 취미 즐기며 사는 건 어때(?) 아 좋네. ㅋㅋㅋㅋㅋ 긍정적인 건 내가 슬럼프였던 때 열등감에 벽에 붙여뒀던 '나는 예쁘고(?이건 폐기) 똑똑하고 뭐든 잘해내는 사람'이라는 글을 이제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혐오나 의심도 천천히 다 내려놨으면 좋겠다. 더 편안해지고, 인생의 재미들을 놓치지 않고 꼭꼭 씹어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