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새로운 곳 가볍게 쓰기 시작했다.
한자 이름부터 이것저것 쓰라는 게 맘에 안 들지만 그 학교에 올라온 공고니까 그냥 써본다. 구매 재밌을 것 같고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사이드 프로젝트 하기도 좋을 것 같으니까 편견 없이 아무 사전지식 없이 써본다. 병원 가기 전까지 쓰는 거야 멋진 내자신 화이팅.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주문한 애인의 셔츠가 막 출고됐다. 애인 체형에 안 어울릴 것 같아 걱정되지만 그냥 예뻐서 샀다. 내 눈에 예쁘면 되는 거지 뭐. 내일 데이트인데 내일은 못 주고 발렌타인데이까지는 왔으면 좋겠네.
엊그제 봉사도 다녀왔다. 내가 거기 처음 가기 직전에 한 고양이가 요양 입양을 갔었는데, 그날 새벽에 결국 죽었다고 했다. 혼자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고 마음의 여유도 있고 소장님도 슬퍼하셔서 네시간 반 정도 있었다. 날이 따뜻해져서 환기도 시켜주고 뛰어놀게 했더니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참 예쁘다. 그러면서도 힘겹게 밥 먹여드리고 똥 치우고 걸레 빨고 물 갈아주는데 내팔자야가 절로 나오더라. 애 키우는 것도 이런 비슷한 심정일까. 나중에 얘네가 무지개다리 건너면 무슨 기분이 들까. 참, 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를 부축해드렸다. 꽉 잡아드렸는데도 힘겨워하셨다. 내린 뒤에는 고개숙여 인사하셨다. 더 제대로 잡아드릴걸, 나도 언젠가 그럴텐데, 그래도 왠지 마음이 따뜻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동권이 참 중요하다. 이 시기도 참 소중하다.
이번에 강소 도움 받으면서 글쓰기와 어휘력에 큰 자괴를 느껴서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지하철역에 미니 도서관 자판기가 생긴 게 큰 기쁨이다. 지금은 <피프티 피플> 반 정도 읽었는데 재밌다. 참 따뜻하고 참신하고. 전에 <지구에서 한아뿐> 읽고는 조금 실망했었는데 어릴 때 썼던 거라니까 오히려 인간적이고 고무적이다. 이래서 정세랑 정세랑 하는구나 단박에 이해했다~~ 그 외에도 황소윤이 나온 라스를 봤고(김구라 시때없이 짜증나고, 쌍소의 대처가 넘 좋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봤고(처음엔 이게 뭐야 했는데 뒷부분 진짜 재밌었다ㅋㅋㅋㅋㅋ슌스케 수치스러워하는 장면이랑 촬영스탭 넘어지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효경찰>을 시작했다. 정말, 햄튜브를 깊게 좋아하면서 코미디의 맛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격리 중이고 엄마는 아빠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그림에 열중한다. 혼자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뒷모습이 참 좋다. 늘 엄마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는데,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