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인생

근황 업데이트 - 라식

킴쥼 2016. 12. 13. 02:08

라식 수술을 하게 돼서 당분간 컴퓨터를 켜지 않았는데 블로그를 너무 오래 방치하는 것 같아서 들어왔다. 켜고 보니 뭐 키보드는 눈 감고도 칠 수 있어서 스마트폰 음성인식보다도 좋네 ㅋㅋㅋ 오랜만이라 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세 편으로 나눠야지. 먼저 라식!


라식은 생각보다 무섭고 생각보다 아팠다. 그래도 순식간에 끝났고 회복도 하루도 안 걸렸는데 이렇게 새 삶을 얻었으니 500% worth it. 


가장 행복한 점은 외출 후 렌즈를 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집에 와서 화장 안 지워도 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ㅠㅠ 예전에 듣기로는 아침에 눈 떴을 때 시야가 선명해서 좋다던데 어차피 아침엔 눈이 잘 안 떠져서 뭐가 어찌 보이는지 잘 모름. 


가장 적응이 안 되는 건 집에서 거지꼴 하고 있다가 거울 보면 민낯이 너무 선명하고 적나라해서 흠칫흠칫 놀란다. 안경 쓰면 안경에 좀 가려지기라도 하지... 


그리고 또 한 번 느낀 건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진다는 거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 <창의적인 아이는 호기심이 많다>라는 책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육아 에피소드들을 어린 딸의 시점에서 풀어놓았다. 그에게는 이 딸아이 말고도 당시 초등학생 정도의 첫째 딸이 있는데, 책의 내용 중에는 언니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것에 대해 주인공 아이가 의문을 가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직접 동생의 입장을 느낀 적도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첫째 외삼촌은 내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한 번은 납골당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와 나이가 비슷한 외사촌언니(둘째 외삼촌네 언니)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다.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언니는 무섭다며 돌아가자고 했고 일부러 내 뒤에 귀신이 있다고ㅋㅋ말하기도 했다. 성격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전혀 무서움을 못 느꼈고 당시에도 저 책의 이야기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리고 라식을 하면서 언니의 입장도 되어봤다. 이번이 언니의 입장을 느낀 게 처음은 아닌 것 같지만. 

무튼 스무 살 땐 라식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최근엔 겁이 났다. 자가혈청으로 안약을 만들어야 해서 수술 전에 피도 뽑았는데 무서웠다. 예전엔 주사 맞는 걸 (심지어!) 좋아했는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렇게 과거의 나에 대한 의문이 또 생겨났다. 대신 당시에 주사 맞는 게 좋다던 내 말을 들었던 친구가 받았을 충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어디에나 bright side가 있지 yo 


가 중요한 건 아니고, 그래서 왜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는 걸까 생각했다. 어릴 땐 상상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잃을 게 많아져서? 음.. 뭐 이것도 딱히 중요하진 않네. 

그래도 '왜?'를 던지는 건 중요하다고 김모 교수님 외 유명한 여러 분이 그러셨다. 그러니까 던진 거에 의의를 두자는 그런 결론.

밤이 깊었으니 근황은 다음에 또 업데이트 하자는 그런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