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킴쥼 2018. 4. 4. 03:06
책 꾸준히 읽고 있어서 좋다. 올해 네 번째 책인 듯. 독서노트도 꼭꼭 쓰려곤 하는데. 메모는 좀 해뒀는데 정리해서 쓰려니까 또 자꾸 미루게 된다.

에세이는 하나마나 한 말 뿐인 글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때로 말 뿐인 글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 참 맞는 말.

에세이가 늘 그렇듯이 1부 초반이 가장 인상적이고 맘에 들었다. 획일적으로 서열화된 수직적 가치관, 집단주의적인 사회, 그 속에서의 개인주의.. 매우 공감해서 고개를 끄덕끄덕끄덕이며 읽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미를 따져 묻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말. 내가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해서 살기가 싫었나? 그러고 보니 이것도 심 추천으로 알게 된 책인데, 심이 20대부턴가 태어난 목적이 뭘까 자주 생각했다고 했었다(그 말을 처음 봤을 땐 공감하진 않았었는데). 그도 이 말을 보고 삶에 대해 생각했을까? 아님 양의 단순명확한 목적을 들었을 때 이미 고민이 끝났을까? 그리고 선천적으로 외향적이고 사회적인 사람이 행복하기 쉽다는 말도 ㅎㅎ

2부 첫 번째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는 젊은 사람들. 계급사회가 되었는데 행복지수 자체는 올라가는 현상. 10대 때 <멋진 신세계>를 읽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 난 천성이 개인주의자였나보다 싶었다.

3부는 빻은 말 대잔치라고 메모해뒀네.ㅋㅋㅋㅋ 다른 것도 있었겠지만 인종차별적 얘기 때문에 제일 화났나 보다. 스마트폰을 들고 할아버지 집 마당에 있던 흑인 소년이 총을 들고 있다고 오인받아 확인 절차도 없이 사살되는 판국에, 미국에 대해 스스로도 장님코끼리라면서 책을 써서 내냐고. 주관적인 느낌도 아니고 맨스플레인적인 태도 때문에 짜증이 났구나.

흠. 그래도, 이 책은 참 올바르다. 그런데 말이야 누가 못해 싶은 중도론적 자세나, 정치적인 자세가 좀 느껴졌다. 정치 하고 싶어하는 자세 말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정치적임.. 저자도 이를 알고 있었고 반박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고민하고 부끄러워하기라도 하는 게 어딘가..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럼에도 어차피 '스스로의' 행복에 제일 관심 많고, 정작 풍요롭게 살고 있으면서(물론 함부로 판단할 순 없지만), 말은 번지르르하네 싶은 마음을 완전히 떨칠 순 없었다. 남자라서 더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같다 맨스플레인 당하는 것 같아서ㅋㅋ 그리고 우리 아빠도 옳은 글은 잘만 쓰더라 싶어서..(갑자기 연결시켜서ㅈㅅ) 실제 언행이 가부장남 한남이고 엄마와 나에게 매일 맨스플레인 가스라이팅하는 걸 본인은 모르고 '난 꼰대가 아니라'는 헛된 생각에 도취되어있지... 아아.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어차피 바꾸려 해봤자 나만 더 고통받을 뿐이라는 사실이 나와 주변과 인터넷에서의 경험들로 입증되어버렸어. 세대격차 거지같고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 즌짜. 얘기가 샜지만ㅠ 그래도 잘 읽었다. 개중에도 '하나마나한 말 뿐인 글' 같은 것도 물론 있었지만 아닌 것들도 있었고. 마지막에 인간에 대한 기대를 낮추자..는 메모는 저자에게 공감하는 글일까 저자를 저격하는 글일까..ㅋㅋㅋㅋ 다음부턴 메모를 좀더 상세하게 해야겠다.


그냥 마지막 부분. 탐탁지 않은 인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산다. 나의 행복을 위해.


+)
그리고 나중에 훑어보다가 눈에 띈 인용

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