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쥼 2020. 3. 15. 19:22

임어전씨

자소서를 쓰고 싶은데 하기 싫어 미치겠다. 뭐가 문제지

시간은 얼마 안 남았고 하지만 그 안에 충분히 쓸 수 있다. 마감시간까지 여섯 시간 있다. 어느정도 컨텐츠도 잡았고, 글자수도 500자씩밖에 안되고 한 문항 당 한 시간 잡아도 시간 남는다. 근데 하기 싫어 찌질대다가 결국 못할 것 같은 기분이 어제부터 그제부터 드는 것이다. 게다가 PMS까지 겹쳤다. 이미 왜 살아야해 하자 할수있어 하기싫어 하고싶어 하면서 눈물 한 컵 쏟았고. 딴 생각은 계속 들고. 딴짓 하고 싶고. 어렸을 때 엄빠 나갔다 올 때 TV나 보다가 정해진 분량 못하고 또 또 똑같이 혼나면서 자책과 자괴의 눈물을 존나 흘렸던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왜 잘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가. 내가 잘했던가? 시험을 잘봤던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운이 좋았던 것 같고.. 그 정도야 당연한 것 같고.. 나보다 잘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17년 말 컴퓨터 앞에서 아버지를 붙잡고 울었던 기억, 어렸을 때 TV 소리 들으며 혼나면서 문제집 풀던 기억.. 아니야 난 잘했어 내가 아니라 아빠가 이상한 거야. 

그냥 자기연민에 빠져 칭얼대고 싶은 걸까? 하지말까? 포기하고 싶잖아 익숙하잖아. 근데 아깝다. 여태 쏟은 노력이 있는데. 아직 시간도 충분한데. 그치. 뭘 원하는거야? 하고 싶은거야 하기 싫은거야? 노력은 안 하고 결과물만 따먹고 싶은 거야? 그냥 잊어버리고 더 미뤄볼까 진짜 시간 없을때까지? 아니 지금도 빠듯한데. 아 부모와 집에 있어야 하는 주말 너무 괴롭다. 딴짓하고싶다 쓸데없는짓 하고싶다 지뢰찾기 같은 거.. 습관이 무섭군 아 화나고 너무 하기 싫고 진짜 왜 이렇게까지 하기가 싫은건데?! (이럴 시간에 다 끝냈겠어) 잘하고 싶어서? 

자 현실이야. 내가 살아야 되는 건 현실이야. 먹고살아야지 독립해야지 자아실현도 해야지 멋진 사람이 되고 싶잖아 발걸음을 떼어야 어디라도 가지 응?

I feel failed. afraid. sad. anxious. 포기한다면 더 기분이 나쁠 것 같다. 이지랄하다가 못쓰면 포기보단 덜 기분나쁠 것 같다. 이렇게 힘들게 왜 살아야 되지? 와 정말 배부른 소리다. 나는 "I don't wanna live like this but I don't wanna die"에 언젠가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 도대체, 잘하고싶은게 문제야?! 기대치는 어떻게 낮추는거야?! 쓰레기같은 결과물을 만드느니 외면하고 싶은데. 이게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방탈출 하러 가고 싶다. SNS 하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