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나날이었는데 엄빠가 나를 울리네
항우울제도 줄고 안 운지 진짜 오래 됐는데 이렇게 우네.
아까 낮까지만 해도 엄마는 엄마 방에서 나는 내 방에서 작업하는 삶이 만족스러웠는데.
엄빠도 내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게 과하지만 나도 참 엄빠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따르고 싶은 거야
어쨌든 나에게 엄빠는 편하다거나 같이 얘기를 하고 싶다거나 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늘 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엄빠는 내 얘기 좀 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울었다. 이제까지 암말 못하게 하더니 이제 왜 안하냐니. 19살까지 왜 화장하넀다가 20살부턴 왜 화장 안 하냐는 거랑 비슷한 기분.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안된다고 했었다. 프랑스어 책 사달랬더니 혼냈고 통금은 10시에 친구 엄마가 자고 가랬는데 안되는 이유도 설명 못하면서 안된댔다. 어두운 밤 위험하게 집에 왔다. 난 또 왜 그걸 다 그냥 받아들였을까.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엄마가 불행해보여서? 지금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홀로 설 힘도 없는 20대 내내 혼자 어찌나 고민하고 갈등하고 괴로움에 시달렸는지. 돈도 못 벌게 했지 참. 이러니까 아무 얘기 안 하는 게 제일 편안하고 자유로운 방법이었단 말이야.

몰라. 어쨌든 지금도 나에게 엄빠는 불편한 사람들인데 갑자기 친해져달라니까 스트레스 받을 생각에 깝깝하고 그래도 이대로 지내면 나중에 후회하겠지 싶고 나는 서로 아름다운 거리를 지키고 있어 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아니었네. 그래서 울었다. 에휴 복에 겨워가지고. 인생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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