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포폴 마감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나는 후기를 쓴다. 공연은 그시간 그자리에만 있는 것이기 때문에 봤으면 총알이 날아와도 후기를 갈겨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어떤 건지도 잘 몰랐고 그냥 전에 했던 콘서트 실황 상영하나보다 하고 별 생각 없이 갔다. 아 씌 근데 연주 시작하자마자 나 왜 2주 보려고 안했을까 아 CJ 이 대기업 놈들 배운 변태들 내 지갑에 빨대를 꼽아달라. 뭐 사운드 세트 구성 착장 다른 것도 다 좋았지만 세 멤버 모두 연주에 따라서 적절히 담아주고 얼빡까지 자주 해주는 카메라가 생각지 않게 맘에 들었다. 소윤 클로즈업 할 때 깜빡이지도 않는 아이컨택 너무 강렬해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쳤다. 퍼포머일 때 너무 멋있고 섹시하고 하 진짜 지구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하튼 스무스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들이 정말 공연 볼 때의 내 시선인 듯 자연스러운데다 연주를 그렇게까지 가까이서 담아줘서 영상콘텐츠의 장점까지 살렸다. 중간 인터뷰도 인터뷰인듯 공연 중 멘트인듯 아 새로워 생각할수록 배운 변태.
1부는 비적응 2부는 여름깃이었다. 피아 15주년 때 느꼈지만 이렇게 앨범별로 공연하는 거 진짜 좋다. 확실히 비적응이 더 내 취향이라는 걸 라이브로 보니 알겠더라. 비적응이 코로나 사태 시작과 함께 나왔으니까, 라이브를 이렇게 처음 본 거다. 일년간 들어오던 음원과 너무 달랐다. 역시 밴드는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 사운드와 현장감도 그렇지만 새소년의 경우 음원은 훨씬 차분하고 다정하고 절제된 느낌이라면 라이브는 더 비장하고 격하고 강한 느낌이 있다. 눈이 빛나고 온몸이 검은 천으로 덮인 사람이 소리 없이 공중에서 질주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중간 인터뷰 들어보면 카메라도 많고 멤버들끼리도 좀 단절되어있고 집중이 잘 안 될 만한 환경이었는데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주 집중했다고 하는데 공연자가 그렇게 진심이면 관객도 그만큼 몰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너번째 곡부터 오열하면서 봤다. 이방인이었나.. 심야행이었나.. 평소에 노래 제목이나 정보를 일부러 안 보는 편이라 이럴 때 참 곤란한 것. 어쨌든 강렬한 곡에선 소리 죽여 끅끅 울다가 차분한 곡은 조용히 눈물 흘리면서 보고 2부 땐 좀 괜찮았다가 자유에서 또 막 울었다. 왜 그 정도로 울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일년동안 음원 듣다가 라이브 보니까 음악이 미친듯이 좋았고, 오랜만에 진짜 공연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 사운드가 왠지 락페 와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래도 진짜 공연도 너무 보고 싶고, 비적응 앨범의 정서도 좀 불안하고 쓸쓸하고,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옆에 애인 때문에 집중 안 됐는데 2부 쯤부터 졸아서 차라리 나았다 어떻게 소윤 파도 솔로하는데 눈이 감길 수가 있음 절레절레다 이거야(본인은 그래도 다 봤다고 자꾸 해명함). 역시 공연은 혼자 보는 맛이 있다. 그리고 곡 사이사이에 엄청 조용했는데 처음에는 호응하고 박수치고 싶었으나 눈물 나오고부턴 오히려 그 적막이 몰입에 도움이 됐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즐긴 공연. 끝나고선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용산가족공원 애인이랑 산책했는데 그것도 넘 재밌고 좋았고. 며칠 전 서태지 집콕콘서트 때도 느꼈지만 현재로서 라이브 공연의 최고의 대체품은 영화관이다.. 온세상 밴드들은 공연 실황 아니면 다큐라도 뭐라도 상영해조 좀만 있으면 내가 대관하자고 나설 것 같다 나 요즘 에너지 올라왔는데.
그리고 재밌었던거 나 사실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크레딧때 사진찍으려고 카메라앱 준비해놨는데 끝나고서 다들 찰칵찰칵 하는 거 보고 와 엠지다 엠지의 현장이다
근데 왜 새소년은 정규가 없고 다 EP일까 누가 좀 알려조
+ 상영 마지막날 홀로 2회차 관람했다
셋리 순서는 1부는 이방인 집에 엉 덩 이 심야행 눈 2부는 난춘 여름깃 구르미 파도 자유 (2부는 사실 새소년도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
훨씬 더 집중해서 봤다. 모든 걸 눈에 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눈물도 찔끔 정도만 났구^^ 카메라워킹뿐 아니라 편집도 큰 몫을 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넘 몰입해서 주먹 꽉 쥐고 보느라 손가락 관절이 다 아팠다. 1부에서 엉, 덩은 발랄하고 이부터 기타를 바꿔 메는데(아 노래 제목 졸라 몰입 안되게ㅋㅋㅋㅋ) 지난번에 그때부터 운 것 같다. 그 기타가 정말 미치도록 내 취향인데다 이는 가사보다도 연주가 대부분이라. 후렴도 음원에선 "절망이야~ 와아~" 느낌이라면 라이브는 정말 사자의 포효였어서 심장 뜯기는 줄. 동네 사람들아 이를 봐줘. 그리고 바로 심야행에서 클라이막스를 찍으며 더 격하게 울게 만들었던 거다.
1회차 때도 그랬지만 드럼이 인상적이었다. 음원에서 잘 안 들리던 드럼이 잘 들리기도 했고 음원에 없는 인트로를 하기도 했는데 너모 좋았다. 몰랐는데 유수가 뮤지컬드럼 재즈드럼 하려고 했다더라. 하 역시 재즈드러머가 지구를 지배한다. 근데 2부는 너무 소윤 위주였다. 다른 멤버들도 조명도 더 주고 카메라도 더 줬으면. 근데 물론 소윤 너무 너무다. 음악도 스타일도 입아픈데 외모 얘기 실례지만 덧니도 가끔 살짝 보이는 교정기도 안경 밑에서 자기주장하는 코도 너무 마르지 않은 것도 그냥 넘 완벽해 휴... 아이컨택 할 때마다 (이런 음악과 이런 공연을 만들어줌에) 너무 고맙고!!! 너무 사랑하고!!! 그랬다. 그리고 오늘은 크레딧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안 일어나고, 끝나니까 박수도 나왔다. 이 영상 정말 소장하고파... 널리널리 알리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