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같은 시간에 뭘 챙겨보는 게 귀찮기도 하고 집에서 리모컨 주도권이 없기도 해서 드라마를 잘 안 본다. 한국 영화엔 늘 멜로드라마(꼭 연애감정이 아니라도 감상적인 통속극)가 빠지지 않는다고 비판받기도 하던데, 드라마는 특히 남녀간의 사랑을 중심으로만 전개되는데다 대다수가 비현실적이라 오글거릴 때가 많아서 선뜻 못 보기도 한다. 게다가 여자로 착각하고 남자로 착각하고 이런 류의 드라마는 성차별적이고 퀴어혐오적일 것 같아 더 꺼려진다.
그럼에도 도깨비씨가 멋있고(...) 하도 회자가 많이 된 드라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공유가 피플인사이드에서 언급했던 게 인상적이라 보게 됐다. 예상대로 성차별적이고 퀴어혐오적인 면이 어느정도 있었고 반 정도 볼 때까진 쟤네가 왜 저러는지 잘 이해도 안 갔는데, 후반부에서 충분히 이해도 됐고 뒤로 갈수록 여성들이 주체가 되고 남자들은 여자를 통제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다. 확실히 후반부가 재밌었다. 연애하는 초식공룡상도 십덕터져주시고ㅠㅠ
그렇게 오래된지 몰랐는데 10년이라니. 그래도 옷은 주로 편한 티셔츠 아니면 심플한 유니폼, 셔츠 같은 걸 입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안 촌스러웠다. 휴대폰 볼 때마다 엄청 추억 돋았고. 폴더나 슬라이드폰들이 디자인도 다양하고 예뻤지. 확실히 느껴졌던 건 호흡이 되게 길었다. 도깨비는 대사 한 마디 놓치지 않고 열심히 머리 굴리면서 봐야 했는데 이건 굳이 안 보여줘도 될 뻔한 장면들이 천-천-히 계속 나온다. 비록 난 빨리감기로 보긴 했지만(ㅋㅋㅋ) 차분한 감성이라 좋았다. 섬세한 감정들이 더 묘사돼서 좋았고. 그래선지 뻔한 해피엔딩이었지만 전혀 아쉬움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느낀 건 연애 참 어렵다. 사람 관계가 다 어렵다. 엇갈리고 오해하고 속 끓이고. 반 정도 볼 때까지 인물들이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한 게, 공유랑 윤은혜랑 서로 좋댔다 싫댔다(시청자를 들었다놨다hey) 스토리 헷갈릴 정도로 지지부진하고, 다른 인물들도 여러가지로 왜 저러나 답답했다. 근데 알고보니 다들 서툴러서 그런 거였다. 다들. 공유도 진짜 성격 개까칠하고 겁나 츤츤대곸ㅋㅋ 아오 드라마니 망정이지 실제로 주변에 저런 사람 있으면 정말 하루 한 대씩 뒷통수 날리고 싶을 것. 그러면서 윤은혜랑 싸웠을 때마다 주변에서 얘기 하나씩 듣고와서 윤은혜한테 그대로 하는게 귀엽고 ㅋㅋㅋ 그만큼 조연들 얘기도 많이 나와서 좋았다. 17회 안에 프린스들이나 윤은혜 가족들이나 다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는 게 절대 쉽지 않았을 건데. 근데 공유가 윤은혜를 갑자기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됐는지 개연성이 떨어지는 게 조금 아쉬웠다. 물론 사랑이라는 게 원래 개연성 따위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거 포함해서 전반부가 다 내가 아직 연애나이를 덜 먹어서 공감을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 커플 참.. 서툴면서도 사랑이 넘치는 게 풋풋하고 귀여워쒀ㅠㅠ
처음에 다들 어장 하나씩 갖고 있길래 뭬??? 했는데 보다보니까 적응ㅋㅋㅋ결국엔 그 때문에 서로서로 상처받을 거면서. 특히 한유주가 어장관리의 최고봉. 마지막 스페셜화에서 제작진 얘기 들어보니 여자들이 한유주 욕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여자들이 많이들 그러고 있지 않냐며.ㅋㅋㅋ 그렇긴 하다. 물논 저는 아니고여...하하... 옛날엔 예쁘면 주변에 남자가 많은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자꾸 여지 주는 언행을 하면 남자가 많은 거다. #그게바로 #어장관리의길 (아 물론 지혼자 착각하는 남자가 많은 것도 존나 사실. 아무짓 안 해도 자칫하다 X년 되기 십상이라 적정선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전에 봤던 로렌스 애니웨이가 떠올랐다. 네가 남자든 여자든 외계인이든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던 영화평이 있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었구나. 이걸 먼저 보고 그 영화를 봤으면 누구든 그 말이 나왔을 거다. 이거뉴ㅠ드라마야ㅠㅠ(상을엎는다)
마지막으로 김창완 아저씨 진짜 좋다 허헝 생활연기 너무 잘하시고 중년의 laid-back 자세 넘나 조쿠요. 어렸을 땐 그냥 후줄근한(?) 연기자 아저씨인줄 알았다. 처음으로 가까이 접했던 것도 산울림 막내동생분 사고에 관한 '글'을 통해서였다. 음악을 들은 건 한참 뒤. 어쩌다 그런 걸 읽게 됐을까? 그러고보니 출연자 중에 안타깝게 되신 분들이... 어휴... 인생이란 알 수 없어. 어쨌든 그 아저씨 음악도 너무 독특하면서 좋고 성격도 편안하시고 똑똑하시고 김창완 아저씨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윤은혜도 톰보이 연기 진짜 잘하고 먹방 진짜 잘하고ㅋㅋㅋ 드라마 끝나고 엉엉 울던데 그 마음이 좀, 이해가 갔다. 으어 그리고 무엇보다 10년 전 공유 너무 잘생겼고...!!! 달달연기도 너무 달달하게 잘해... 너무 귀여우시고 흑흑 도깨비는 겨울겨울 포근했는데 커피프린스는 여름여름 발랄한 느낌. 판타지 잘 봤습니다. 둘 다 판타지다!!!!(상을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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