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유명 저서이기도 하고, 한 짧은 영상에서 본인이 언급하는 걸 보기도 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기도 해서 읽었다. 이 책이나 비슷한 관점의 책을 좀더 일찍, 출간됐던 2013년 쯤 읽었다면 지금 덜 후회했을까? 글쎄. 이렇게 지나온 인생도 내 인생. 흉터도 깨달음도 남았지. "과거에 이랬다면-"은 언제나 의미가 없다. 지금 읽었으니 다행. 나 아직 너무너무 젊음.
유시민 글 잘 쓰는 걸로 유명한데, 읽어보니 잘 모르겠다. 약간 전반적으로 의식의 흐름이고 산만한 느낌인데 그래도 핵심이 있기는 하다. 잘 쓴다고들 하니까 그게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합시다.ㅋㅋㅋ 어쨌든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군.
읽으면서 메모해놓은 내용들을 그냥 옮겨적어놔야지. 실시간 메모한 거라 순서가 책 내용대로고 흐름도 뚝뚝 끊겨서 재구성하는 게 좋겠지만 내용도 너무 많고 귀찮다. 독서노트든 감상이든 잘 쓰는 것보단 일단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므로.
제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ㅡ
"꿈이나 목표 없이 현실에 잘 적응해 살았다." 나도 비슷하다. 그때그때 현실적이고 대외적인 명분이 있었다는 것도. 동기들 중 비슷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훌륭한 스펙, 학벌, 근데 정작 자기 꿈은 없다. (깐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친구도 있긴 했지, 돈과 깐지는 보통 비슷하게 오더라며.) 그러나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 몫이라는 말.. 그렇지...
ㅡ
어려운 형편에 유학을 권한 아버지에 대해 "나를 얼마나 잘 알고 깊게 사랑하셨는지"라고 말하는 걸 보며 깨달았다. 누나는 살림이 어려워 늦게 대입을 치렀어도(치른 것만으로도 평균 이상?ㅠㅠ) 그 성차별과 여혐을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구나 하고.. 2장에 나오는 편애하는 외할머니도 마찬가지. 다른 사촌들 모르게? 과연 보는 곳에선 똑같이 대했을까? 유시민이 여자아이였어도 그랬을까? 맏며느리, 아이 열 둘, 망가진 관절과 손가락, 그러면서 남성숭배. 실로 가부장제의 전형적인 피해자시다. 이것 역시 부채감 없이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저자..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진 않은 것 같다.
ㅡ
결국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이란 자유의지, 자유결정권. 개인주의적이네. 얼핏 쉬워보이지만 참 어렵다. 그런데 그렇게 내 행복을 위해 사는것이 죄책감이 들었다고..! 망할 집단주의...!!! 나도 그래서 그랬을까??
ㅡ
"여우의 합리화, 정신승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 행복은 일종의 정신승리.ㅋㅋ
ㅡ
자꾸 크라잉넛 얘기 나오는 게 좋기는 한데 '더러운 클럽 드럭', '별로 알아주는 사람 없는' ... 웨오..ㅜㅜ 한국에서 한창 인디씬이 부흥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빛을 못 보기도 했고, 젠트리피케이션도 심해지고, 여러가지로 고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드럭은 홍대 역사의 현장이었고 크라잉넛도 여전히 홍대의 unprecedented 레전드이신데 주류의 입장에선 저렇게 묘사되는 게 괜히 속상하다. 역시 그래봤자 바둑인 건가.
ㅡ
엥 삶의 의미와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데..? 그래야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고? ㅋㅋㅋㅋㅋ헤엥? 글쎄... 근데 '자살'로 얘기하는 건 흥미롭다. 카뮈가 왜 자살하지 않냐고 물었구나. 아프니까요,,ㅎ 자살할거면 하고 하기 싫으면 열정을 갖고 살라는 얘긴가. 하지만 자살도 하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은 게 사람이다!! (feat.<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어지는 세대론 부작용 얘기도 흥미롭다. 정말 <개인주의자 선언>과는 다른 얘기. 힝구..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의 관점이 더 편한(맞는?) 것 같다.ㅋㅋ 이것도 중도론적인 자세인 건 마찬가지지만 더 설득력이 있다. 내 가치관과 더 맞아서인가, 유시민이 글을 잘 쓰는 건가.
ㅡ
중학교 때 내 좌우명은 "The function of man is to live, not to exist."였다. 중학생스럽긴 하지만 카뮈와 일맥상통한다. 내 개인주의적 삶의 자세와는 다르고. 아냐 난 열심히 살았지. 쨌든, 내가 늘 동경해온 삶의 자세라는 건 분명. (썅근데 외도 정당화하네?)
연대는 집단주의사회 구성원이자 정치가라서 나왔나?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에서 가장 행복을 느낀다기는 하는데 굳이 "연대"라는 단어를 쓴 건 여기서의 "연대"는 그것 이상이기 때문이고, 예전에 <독신으로 살겠다>에서 본 내용("우리가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사고나 병으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불안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면 다른 사람도 내가 소외됐을 때 도와줄 거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감정에서 오는 안정감, 신뢰가 우리를 불안에서 건져올려 행복을 향해 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과도 비슷한 것 같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식의 관점과 정말 다른데, 문유식의 관점이 내 모습 같고 유시민의 관점이 지향점 같다. 그래 지향점을 향해 살아야지. 스무살 전 현실 굴복이 가장 큰 잘못이란다. 서태지도 만 나이로 나와 비슷할 쯤 은퇴를 했고, 이후 번복했다("제가 정말 천재였으면 안 그랬겠죠~"). 나도 충분히 괜찮다!
제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ㅡ
나와 심이 20대에 고민한 '왜 태어났을까, 삶의 목적/이유가 뭘까'를 그는 10대 때 죽음을 체감하며 생각했구나.
죽음에 대해선 정말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삶의 의미도 벅찬데. 그래도 좀 생각은 해봐야겠다. 삶을 위해서.
ㅡ
아앜. "나이가 너무 많이 들면 남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
ㅡ
나름 의미는 있겠으나 설레지 않는 일엔 인생을 쓰지 않겠다... "설레는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 해서 밥도 먹는다=성공한 인생." 새겨듣는다.
ㅡ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삶은 습관이고 죽음은 패배다".. 명언 제조기자나
ㅡ
많은 사람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 관습, 문화에는 투쟁해야한다 ㅇㅋ 근데 그 스트레스와 그에 투쟁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생활스트레스에는 어쨌든 잘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유시민의 팁은 거리 두기. 세상, 타인, 일, 나 자신 모두에게. (이 팁 얘기하면서 맨스플레인 안 하고 내 경험일 뿐이라고 하는 것 좋다.)
ㅡ
다시 한번 삶의 의미 얘기가 나온다, 죽음으로써 얘기하는. 우린 언젠가 죽는데, 그럼 해야할 건? 사는 동안 삶의 기쁨을 느껴야 한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하며, 대답을 못하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다고.
그렇게나 거창해야 하나? 내겐 거창하게 느껴지는 질문들이다. 물론 대답도 쉬이 할 수 없다. 자살하지 않는 건 아프니까요. 지금껏 산 게 아깝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못할 짓이기도 하고, 고통 뒤에 더 크고 행복한 삶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어쩔 수 없이 믿으니까요. (유시민 속 터지는 소리ㅋㅋ나도 알어요 근데 죽고 싶을 때 떠오르는 이유는 이렇다구요) 음악을 들을 때 두근거리고 기쁘지요. 지금 하는 공부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은 아니고. 일은 해봐야 알겠고.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충분한 의미라는 게 뭘까? 삶의 의미라는 게 뭘까? 그냥.. 잘 모르겠고, 할 줄 아는 거 해서 밥 먹고 좋아하는 건 돈 줘가며 해도 충분히 좋은 삶 아닌가? 그래도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있다고요.
그렇게 거창한 걸 요구하면서 내 삶을 판단하려고 하니까 또 고민이 많아지려고 한다,, 흔들리지 말지어다.
ㅡ
사는 게 버겁고 불안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에 대한 묘사는 절절히 공감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종종 흔들릴 수밖에 없다니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뇌'이고, 지하실-1층-2층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조율하며 살면 된다는 거지? 유물론적 사고와 관념론적 사고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잘 융합돼서 재밌게 읽었다.
ㅡ
나이 드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이드는 힘이 좀 빠지지만 슈퍼에고는 건재하다고. 합리화 같지 않고 정말 좋아보였다.
ㅡ
라몬 상페드로 케이스는 어렵다.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한다?? 무슨 뜻이지. 품위 있게 죽는다는 게 뭘까??? 인용된 글을 보면 분명 그는 깊은 고통을 느꼈다. 흠... "제때 죽을 수 있는 자유".. 현대의학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장애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그건 정말 최선일 수 있을까. 그 고통의 너머에 있을지 모르는 더 큰 행복은 그 고통을 견딜만한 가치는 안 되는 걸까. 라몬은 감각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거라면 그런 행복은 있을 수 없는가? 아니 그건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을 것 같긴 한데.. 어렵군. 유시민도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니 나름 잘 생각한 거긴 하겠지만, 라몬의 저서를 직접 읽으면 더 이해가 가려나.
제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ㅡ
"즐기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일하게 되면, 이겨도 남는 게 없고 지면 최악이 된다."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고르고, 하면서도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 내겐 참 어렵다. 김수영 씨가 떠올랐다. 나 같은 사람은 그를 보며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것 없는 자기 세계에서 사는 아싸 같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가 정말 성공한 사람인 것. 부모님 가치관 영향을 받아 참 어렵다. 부모님은 요즘도 내게 사회적 성공을 강조한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도 참 어렵다ㅜㅜ
ㅡ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재밌는 일을 즐겁게 하는 비결.
"나는 왕왕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기를 원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적게 했다. (중략)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ㅡ
"일이 즐겁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일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 그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다"
ㅡ
비행기 사고로 죽는 상상을 했을 때 내겐 부모님이 가장 떠올랐다. 가장 큰 가시인가보다. 좋아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건가. 살아남는다면 떠오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걸 잘 새겨두고 해주라고 했다. 나는 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눈물이 났다...
ㅡ
밉게 늙는 사람들의 특징
ㅡ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딸 아들과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ㅠㅠ
제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ㅡ
신념의 도구가 되지 않기,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 당연하지만 때때로 쉽지 않은 일들.
ㅡ
"행복은 '지금 여기'에만 있는 것이다." 전에도 나온 말이다. '훌륭한 인생'도 마찬가지고.
ㅡ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칸트주의자군!
ㅡ
나도 죽음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게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생각도 못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I hopeㅋ) 생각해봐야지.
좋은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그러나 그래서인지 더 쉽게 해보기 힘든, 그래서 더 필요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좋은 가치관들이고, 좋은 motivator였고,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했고, 개인적으로는 삶의 자세에 관한 다른 에세이였던 <개인주의자 선언>보다 이게 더 좋았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디 벤크로프트<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럴까> (0) | 2018.08.24 |
---|---|
한기연<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 시대 가족의 심리학)> (0) | 2018.08.21 |
김수영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0) | 2018.06.15 |
일부다처제 어쩌고 하는 남성들은 (0) | 2018.06.15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0) | 2018.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