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끝나고 집에 가기 싫어서 도서관에 들렀다가 다 읽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제일 앞부분을 읽으면서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져서 빠르게 읽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영혜도 언니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들까.

트위터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성을 학대하는 남자의 유형, 발생과정, 사고방식, 전략 / 학대피해자에게 안전이별 하는 법, 양육권소송 이기는 법 등을 안내한 학대 대처 워크북'이라는 추천을 보고 빌려봤다. 여성을 학대하게 하는 원인은 폭력성보다도 여성혐오적인 사고관이 더 컸다. 실제 사례들이 나오기도 하고 너무너무 읽기가 괴로워서 대충 보고 반납해버려서 지금 확인할 순 없지만 성폭력범들의 공통적으로 왜곡된 5가지 인식들과도 일맥상통할 것 같다.

세상 남자들 모두 어떤 부분에서는 가부장제의 흔적이 남았다는 걸 안다. 어떻게 해도 여성의 입장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성애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어쩌면 내 인간관계들 중 일부일 뿐일 한 남성에게 과분한 걸 바라는지도 모른다. 나에겐 중대한 생존의 문제지만 세상 가장 친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해받을 수 없으며 그 때문에 때로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점을 감내하고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찾을 것인가, 그럴 바에야 고양이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길을 찾아볼 것인가. 내 행복의 무게들을 잘 달아봐야지.

얘기가 많이 샜지만 책은 한 번쯤 읽어봐서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한다. (매우 괴로울 수 있음ㅜㅜ)
가족 때문에 힘들다면 추천추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울면서 읽었다. 내 삶의 꽤 많은 중요한 문제들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가족과는 상관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들도 있었다. 알고보니 부모님의 언행들이 어떤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통해 내게 그런 문제들을 안겨줬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상하거나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당연한 이야긴데 왜 혼자선 믿지 않았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뭔가 많이 명확해진 느낌.

전에 서늘한 마음썰 부모님과 싸우는 법 편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내가 이 싸움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해봤었다. 과거의 상처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것 같기도 했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읽고나서 한 번 더 찬찬히 생각해보니 명확해졌다. 사과를 받거나 이해받는 것보다 일단은 내가 이런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그것보다도, 지금 나를 대하는 방식을 바꿨으면 하는 거였다.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과 계획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계속 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다른 관계들에서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악영향을 받고 있고 게다가 너무 오래돼서 표현 이전에 인식도 안되고 여튼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중간중간 스크랩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일단 그냥 읽었다. 한 번 더 정독해야지.


유시민의 유명 저서이기도 하고, 한 짧은 영상에서 본인이 언급하는 걸 보기도 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기도 해서 읽었다. 이 책이나 비슷한 관점의 책을 좀더 일찍, 출간됐던 2013년 쯤 읽었다면 지금 덜 후회했을까? 글쎄. 이렇게 지나온 인생도 내 인생. 흉터도 깨달음도 남았지. "과거에 이랬다면-"은 언제나 의미가 없다. 지금 읽었으니 다행. 나 아직 너무너무 젊음. 


유시민 글 잘 쓰는 걸로 유명한데, 읽어보니 잘 모르겠다. 약간 전반적으로 의식의 흐름이고 산만한 느낌인데 그래도 핵심이 있기는 하다. 잘 쓴다고들 하니까 그게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합시다.ㅋㅋㅋ 어쨌든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군.


읽으면서 메모해놓은 내용들을 그냥 옮겨적어놔야지. 실시간 메모한 거라 순서가 책 내용대로고 흐름도 뚝뚝 끊겨서 재구성하는 게 좋겠지만 내용도 너무 많고 귀찮다. 독서노트든 감상이든 잘 쓰는 것보단 일단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므로.





제 1장, 어떻게 살 것인가.

"꿈이나 목표 없이 현실에 잘 적응해 살았다." 나도 비슷하다. 그때그때 현실적이고 대외적인 명분이 있었다는 것도. 동기들 중 비슷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훌륭한 스펙, 학벌, 근데 정작 자기 꿈은 없다. (깐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친구도 있긴 했지, 돈과 깐지는 보통 비슷하게 오더라며.) 그러나 그 책임은 온전히 본인 몫이라는 말.. 그렇지...

어려운 형편에 유학을 권한 아버지에 대해 "나를 얼마나 잘 알고 깊게 사랑하셨는지"라고 말하는 걸 보며 깨달았다. 누나는 살림이 어려워 늦게 대입을 치렀어도(치른 것만으로도 평균 이상?ㅠㅠ) 그 성차별과 여혐을 사랑으로 이해할 수 있구나 하고.. 2장에 나오는 편애하는 외할머니도 마찬가지. 다른 사촌들 모르게? 과연 보는 곳에선 똑같이 대했을까? 유시민이 여자아이였어도 그랬을까? 맏며느리, 아이 열 둘, 망가진 관절과 손가락, 그러면서 남성숭배. 실로 가부장제의 전형적인 피해자시다. 이것 역시 부채감 없이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저자..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진 않은 것 같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삶이란 자유의지, 자유결정권. 개인주의적이네. 얼핏 쉬워보이지만 참 어렵다. 그런데 그렇게 내 행복을 위해 사는것이 죄책감이 들었다고..! 망할 집단주의...!!! 나도 그래서 그랬을까??

"여우의 합리화, 정신승리는 삶을 긍정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 행복은 일종의 정신승리.ㅋㅋ

자꾸 크라잉넛 얘기 나오는 게 좋기는 한데 '더러운 클럽 드럭', '별로 알아주는 사람 없는' ... 웨오..ㅜㅜ 한국에서 한창 인디씬이 부흥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빛을 못 보기도 했고, 젠트리피케이션도 심해지고, 여러가지로 고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드럭은 홍대 역사의 현장이었고 크라잉넛도 여전히 홍대의 unprecedented 레전드이신데 주류의 입장에선 저렇게 묘사되는 게 괜히 속상하다. 역시 그래봤자 바둑인 건가.

엥 삶의 의미와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데..? 그래야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고? ㅋㅋㅋㅋㅋ헤엥? 글쎄... 근데 '자살'로 얘기하는 건 흥미롭다. 카뮈가 왜 자살하지 않냐고 물었구나. 아프니까요,,ㅎ 자살할거면 하고 하기 싫으면 열정을 갖고 살라는 얘긴가. 하지만 자살도 하고 싶고 떡볶이도 먹고 싶은 게 사람이다!! (feat.<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어지는 세대론 부작용 얘기도 흥미롭다. 정말 <개인주의자 선언>과는 다른 얘기. 힝구..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의 관점이 더 편한(맞는?) 것 같다.ㅋㅋ 이것도 중도론적인 자세인 건 마찬가지지만 더 설득력이 있다. 내 가치관과 더 맞아서인가, 유시민이 글을 잘 쓰는 건가.

중학교 때 내 좌우명은 "The function of man is to live, not to exist."였다. 중학생스럽긴 하지만 카뮈와 일맥상통한다. 내 개인주의적 삶의 자세와는 다르고. 아냐 난 열심히 살았지. 쨌든, 내가 늘 동경해온 삶의 자세라는 건 분명. (썅근데 외도 정당화하네?)

연대는 집단주의사회 구성원이자 정치가라서 나왔나?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에서 가장 행복을 느낀다기는 하는데 굳이 "연대"라는 단어를 쓴 건 여기서의 "연대"는 그것 이상이기 때문이고, 예전에 <독신으로 살겠다>에서 본 내용("우리가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사고나 병으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불안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면 다른 사람도 내가 소외됐을 때 도와줄 거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감정에서 오는 안정감, 신뢰가 우리를 불안에서 건져올려 행복을 향해 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과도 비슷한 것 같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식의 관점과 정말 다른데, 문유식의 관점이 내 모습 같고 유시민의 관점이 지향점 같다. 그래 지향점을 향해 살아야지. 스무살 전 현실 굴복이 가장 큰 잘못이란다. 서태지도 만 나이로 나와 비슷할 쯤 은퇴를 했고, 이후 번복했다("제가 정말 천재였으면 안 그랬겠죠~"). 나도 충분히 괜찮다!





제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나와 심이 20대에 고민한 '왜 태어났을까, 삶의 목적/이유가 뭘까'를 그는 10대 때 죽음을 체감하며 생각했구나.

죽음에 대해선 정말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삶의 의미도 벅찬데. 그래도 좀 생각은 해봐야겠다. 삶을 위해서.

아앜. "나이가 너무 많이 들면 남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는 피하는 게 현명하다."

나름 의미는 있겠으나 설레지 않는 일엔 인생을 쓰지 않겠다... "설레는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 해서 밥도 먹는다=성공한 인생." 새겨듣는다.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삶은 습관이고 죽음은 패배다".. 명언 제조기자나

많은 사람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 관습, 문화에는 투쟁해야한다 ㅇㅋ 근데 그 스트레스와 그에 투쟁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생활스트레스에는 어쨌든 잘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유시민의 팁은 거리 두기. 세상, 타인, 일, 나 자신 모두에게. (이 팁 얘기하면서 맨스플레인 안 하고 내 경험일 뿐이라고 하는 것 좋다.)

다시 한번 삶의 의미 얘기가 나온다, 죽음으로써 얘기하는. 우린 언젠가 죽는데, 그럼 해야할 건? 사는 동안 삶의 기쁨을 느껴야 한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하며, 대답을 못하면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없다고.

그렇게나 거창해야 하나? 내겐 거창하게 느껴지는 질문들이다. 물론 대답도 쉬이 할 수 없다. 자살하지 않는 건 아프니까요. 지금껏 산 게 아깝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못할 짓이기도 하고, 고통 뒤에 더 크고 행복한 삶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어쩔 수 없이 믿으니까요. (유시민 속 터지는 소리ㅋㅋ나도 알어요 근데 죽고 싶을 때 떠오르는 이유는 이렇다구요) 음악을 들을 때 두근거리고 기쁘지요. 지금 하는 공부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은 아니고. 일은 해봐야 알겠고.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충분한 의미라는 게 뭘까? 삶의 의미라는 게 뭘까? 그냥.. 잘 모르겠고, 할 줄 아는 거 해서 밥 먹고 좋아하는 건 돈 줘가며 해도 충분히 좋은 삶 아닌가? 그래도 인생의 의미도 삶의 존엄도 있다고요.

그렇게 거창한 걸 요구하면서 내 삶을 판단하려고 하니까 또 고민이 많아지려고 한다,, 흔들리지 말지어다.

사는 게 버겁고 불안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에 대한 묘사는 절절히 공감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종종 흔들릴 수밖에 없다니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뇌'이고, 지하실-1층-2층을 내가 원하는 만큼 잘 조율하며 살면 된다는 거지? 유물론적 사고와 관념론적 사고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이 잘 융합돼서 재밌게 읽었다.

나이 드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이드는 힘이 좀 빠지지만 슈퍼에고는 건재하다고. 합리화 같지 않고 정말 좋아보였다.

라몬 상페드로 케이스는 어렵다. 고통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한다?? 무슨 뜻이지. 품위 있게 죽는다는 게 뭘까??? 인용된 글을 보면 분명 그는 깊은 고통을 느꼈다. 흠... "제때 죽을 수 있는 자유".. 현대의학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장애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그건 정말 최선일 수 있을까. 그 고통의 너머에 있을지 모르는 더 큰 행복은 그 고통을 견딜만한 가치는 안 되는 걸까. 라몬은 감각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거라면 그런 행복은 있을 수 없는가? 아니 그건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을 것 같긴 한데.. 어렵군. 유시민도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니 나름 잘 생각한 거긴 하겠지만, 라몬의 저서를 직접 읽으면 더 이해가 가려나.





제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즐기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일하게 되면, 이겨도 남는 게 없고 지면 최악이 된다."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고르고, 하면서도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 내겐 참 어렵다. 김수영 씨가 떠올랐다. 나 같은 사람은 그를 보며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공한 것 없는 자기 세계에서 사는 아싸 같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가 정말 성공한 사람인 것. 부모님 가치관 영향을 받아 참 어렵다. 부모님은 요즘도 내게 사회적 성공을 강조한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도 참 어렵다ㅜㅜ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재밌는 일을 즐겁게 하는 비결.

"나는 왕왕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기를 원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적게 했다. (중략)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일이 즐겁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일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 그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다"

비행기 사고로 죽는 상상을 했을 때 내겐 부모님이 가장 떠올랐다. 가장 큰 가시인가보다. 좋아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게 이런 건가. 살아남는다면 떠오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걸 잘 새겨두고 해주라고 했다. 나는 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눈물이 났다...

밉게 늙는 사람들의 특징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딸 아들과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ㅠㅠ





제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신념의 도구가 되지 않기,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 당연하지만 때때로 쉽지 않은 일들.

"행복은 '지금 여기'에만 있는 것이다." 전에도 나온 말이다. '훌륭한 인생'도 마찬가지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칸트주의자군!

나도 죽음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게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생각도 못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I hopeㅋ) 생각해봐야지.





좋은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그러나 그래서인지 더 쉽게 해보기 힘든, 그래서 더 필요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좋은 가치관들이고, 좋은 motivator였고,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했고, 개인적으로는 삶의 자세에 관한 다른 에세이였던 <개인주의자 선언>보다 이게 더 좋았다.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가지고 세계 곳곳의 사랑을 인터뷰하고, 그 과정에서의 저자의 경험들과 함께 엮은 책이다. 가족에게 받아온 상처와 연애로 인한 상처들로 고통받던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론적이고 연역적이기보다는 사례 중심의 귀납적인 책인데, 그런 점이 이야기들을 더 와닿게 했고 그만큼 상처의 치유에도 더 도움이 되었다.

상처의 치유와 안정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아직 완벽한 회복도 아니고 또 언제 어떻게 우울에 빠질지 모르겠지만ㅋㅋ 그럼에도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피해자에서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도 얻었다. 내가 고통의 굴레를 끊어야겠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둘러싼 폭력들과, 사랑과 자아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인식이나 혼란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저자의 물음이 사랑은 무엇인가였던 만큼 사랑에 대한 지식이다. 그의 깨달음처럼 사랑은 어느날 운명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지식을 얻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랑을 습득하지 못한 경우 더 그런 것 같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도 빨리 읽고 싶다. 멈추지마 꿈부터 써봐랑 마음스파도 나중에 읽어봐야지. 내용 중 저자가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마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 스크랩. 스토리는 정말 안 와닿긴 했지만ㅋㅋ 그래도 인상 깊었던 부분.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고(중요!).


그리고 아직 잘 모르겠지만 the conclusion.

왜 본인이 여러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출처: 김수영,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2017년에 나왔고, 연예인들과 정치인들로 인해 이슈가 된지도 꽤 됐다. 그러나 우울해질 것 같아서 미뤄뒀던 책. 역시나 곳곳에서 울음이 났다. 주로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나올 때 그랬다. 그냥 눈물이 흐르는 울음이 아니라 어렸을 때 엄마한테 혼나면 우는 것처럼 숨이 차는 듯한 울음이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82년부터 2016년까지 김지영 씨의 삶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담았다. 한 사람의 삶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끊임없는 폭력이 가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도 나의 이야기고 엄마의 이야기고 다른 수많은 한국 여자들의 이야기다. 김지영은 우리와 닮았고, 김지영이 처하는 상황들은 보편적이다. 통계를 기반으로 했기에 더 그렇다. 오히려 생략된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동시에 충격적이다. 아무렇지 않게 겪어왔던 일들은 사실 혐오였고 폭력이었다. 게다가 가해자도 의도적이지 않았거나, 아예 가해자가 없을 때도 있다. 가부장제는 나치즘보다도 잔인한 것일지 모른다. 모든 이들의 가치관 속에 은밀하고 뿌리깊고 복잡하게 자리잡았다는 점이 무섭다. 그 사람이 얼마나 선하고 좋은 사람인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이 무섭다.

단 한 구절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다. 의미 없는 문장은 한 개도 없는 것 같았다. 모든 문장이 독자에게 무언가를 던지고 있었다. 소설 뒤에 덧붙은 작가의 말과 해설까지도 정말 좋았다. 정당한 보상과 응원,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 김지영의 보편성, 입을 닫게 된 김지영, 그리고 연대.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서로도 좋고, 남자든 여자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여자라고 해서 뭐가 그렇게 힘들고 뭐가 그렇게 피해자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과 해설까지 다 해도 190페이지밖에 안 되니 가볍게 읽기도 좋다. 물론 마음은 가볍지 않았지만. 그러게. 나를 자꾸만 울게 만든 건 무슨 감정이었을까? 안쓰러움, 억울함, 분함, 답답함, 슬픔, 화, 그리고 자기연민과 자책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응어리나 한이 맺힌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자꾸만 이해된다. (책을 읽고나서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empowering music'을 검색해 들었다. 웃기지만 한결 나았다. 음악의 힘이란.)

작가의 말처럼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싸우길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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